09/02/2026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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동업자인 제주 메사장은 아들 한 마리(사춘기때의 아이는 ‘마리’로 세는 게 맞는 것 같다.)를 데리고 한 달간 유럽으로 긴 여행을 떠났다.
그동안의 제주는 집처럼 익숙한 곳이었는데, 비로소 혼자 남겨지고 나니 이제서야 이곳을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. 생각해보면 여행이라는 건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, 상황이나 마음가짐의 문제인지도 모르겠다. 내가 무료하고 심심하게만 여겼던 이곳이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아름다운 섬이라는 걸, 잊고 있었다.
영광스럽게 한가롭고 무료한 이 나날을 소중히 여기며 보낸 시간이, 어느덧 삼주가 흘렀다.
블루투스가 되지 않는 오래된 레이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라디오가 좋아 바닷가에 차를 멈추고, 라디오가 끝날 때까지 차 안에서 일을 하기도 한다. 아직은 코어 힘이 부족해서 안되는 동작이 많지만 처음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꽤 성장한 내 요가 실력을 스스로 칭찬해주기도 한다. 봄부터 시작될 새로운 메이린넨 디자인을 보고 괜히 설레기도 하고, 좋아하는 카페에서 귀여운 동물을 마주치거나 생각보다 더 맛있는 디저트를 먹었을 때에는 들떠서 심장이 쿵쾅된다.밤에는 ‘이제는 읽어야지’ 하며 미뤄왔던 책을 펼친다. 하지만 정신을 차려보면 손에는 와인이나 맥주가 들려 있고, 내 앞에는 책 대신 영화가 틀어져 있을 때가 많다. 아침이면 자조 섞인 목소리로 후회하면서도.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글을 읽었다는 사실에 다행이라 여긴다.
이렇게 적막한 날들 속에서 작은 기쁨들을 모으고 있다.
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이 시간들에 감사하며,